슬기로운 통계생활: #1 통계학 전공자의 대학원 진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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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취업 준비와 대학원 진학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깨달은 것들

저자

방태모

공개

September 13, 2022

Photo by Christian Erfurt on Unsplash

유튜브 채널 슬기로운 통계생활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기고했던 칼럼들을 최신화하여 다시 적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칼럼 주제는 대학원에 대한 고민입니다. 저는 늘 고민과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요.😂 때는 제가 통계학과 학부 4학년이던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4학년 1학기 때는 학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신청하여 한 학기를 영국의 쉐필드대학(The University of Sheffield)에서 보내게 됩니다.

The University of Sheffield

아쉽게도 이 곳에서 통계학 전공 과목을 들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영어와 여러 가지 교양 과목을 수강했고, 시간이 많았던 때라 실컷 놀면서 자연스레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깊게 해보게 되었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

당시 저는 통계학 전공을 살려 Data Scientist라 표현되는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선택지에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1. 취업 준비
  2. 통계학 대학원 진학

어중이떠중이 기질이 있었던 저는 깊은 고민 끝에 2년이라는 시간을 통계학 대학원에 투자할 용기가 없어, 4학년 1학기를 쉐필드에서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취업 준비를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학부 졸업 요건과 취업에 필요한 기본 요건1은 준비가 되어있었고, 무엇보다 마음 속에 지금 상태로 취업 준비를 해봐도 되겠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것 아닌 것들 때문이었죠. 기본적인 소양에 불과한 평균 평점(3.93/4.5)과 전공 평균 평점(4.1/4.5), 그리고 지금 다시 돌아보면 정말 형편없었던 R 숙련도에 대한 자부심은 제게 “이정도면 취업 준비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갖게 했죠. 이렇게 취업 준비를 결심하고 채용 공고를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계속해서 눈에 밟히던 두 가지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두 가지 키워드

2016년 구글 딥마인드 팀이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며, 수십 년에 걸쳐 발전해온 딥러닝이라는 기술은 마치 최근 개발된 혁신적인 신기술인냥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매스컴의 주목에 따라 뉴스에서 종종 등장하던 두 단어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제게 또다른 호기심을 심어주었습니다.

알파고와 대결한 이세돌 9단

당시 학부 전공 과목으로 데이터마이닝을 수강한 상태였던터라 이러한 호기심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시 통계학 학부 4학년에 불과하던 제게 머신러닝, 딥러닝과 같은 키워드는 머릿속에 큰 그림은 커녕 기존에 배웠던 전공 과목2들과 자연스러운 비교를 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였죠. 내가 배웠던 것들과 두 키워드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었고, 심지어는 “전자와 후자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방법론인가?” 와 같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Data Scientist의 꿈이 있었던 사람에게 왠지 모를 두려움과 불안감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 찾아보며 두 기술에 대해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득 “과연 내가 이 상태로 실무에 나가서 호기심이 있는 기술, 또는 직무에 꼭 필요로 되는 기술이 있을 때 이러한 기술들을 독학하여 실무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4학년 2학기 졸업예정자 신분으로서 Data Scientist 직무로의 취업을 성공한다고 한들, 직무를 잘 수행해내며 스스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죠. 그래서, 마음속에서는 대학원 진학에 대한 열망이 다시 한 번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이라는 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4학년 2학기 딱 한 학기만 학부 졸업 예정자로서 취업 준비를 하며 제가 다니던 본교의 통계학 대학원 진학 준비를 병행해서 해보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취업 준비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학부 4학년 2학기) 2018년 하반기 채용 지원 결과

그때 제 수준을 지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결과는 당연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담한 취업 실패에서 배운 것들

취업 준비 결과 실질적으로 손에 쥔 것은 없었지만, 수많은 채용공고를 보고 자기소개서를 쓰며 얻은 것과 배운 것들은 많았습니다:

1 2018년까지 내가 해온 활동에 대한 정리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내가 해온 활동에 대한 정리를 시작했다면, 졸업 논문 작업과 겹쳐 취업 준비에 매우 어려움을 겪었을거라 생각합니다.

2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식

당시 썼던 자기소개서들을 올해 이직 준비를하며 썼던 자기소개서들과 비교해보면, 과거의 제가 썼던 자기소개서는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그러나, 첫 자기소개서를 대학원을 졸업하던 시기에 쓰기 시작했다면 그야말로 아찔하네요.

3 우리나라 기업에서 Data Scientist/Analyst 채용시 원하는 구체적인 역량

당시 완벽하게 깨우치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채용공고를 들여다보니 준비해야할 방향이 조금이나마 보였던 것 같습니다.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업계의 인재 영입 동향 파악을 위해 틈틈히 채용공고를 들여다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번에 이직 준비를 하서면서도 우리나라 기업에서 낸 수많은 Data Scientist/Analyst 채용 공고를 들여다보았는데, 우리나라의 분석 직군들의 직무들도 점차 세분화 되어 잘 정립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채용 공고를 아무리 읽어 봐도 무슨 일을 하게 될 지 알 수 없는 그런 공고들도 종종 보였으나, 이건 어느 직무에서든 종종 보이는 성의없게 쓰여진 채용공고이므로 별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세분화되어 잘 정립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 분석 직군의 세부 직무들을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은 분들께는 변성윤님이 올려주신 🔗유튜브 영상을 추천드립니다.

4 석사학위에 대한 필요성

제 머릿 속에 대학원 진학이라는 키워드가 계속해서 맴돌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18년 당시 석박사 채용을 통해서만 Data Scientist 직무를 뽑는 경우도 종종있어 지원조차 못하는 기업들이 있었고3,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채용으로 뽑더라도 우대사항에는 늘 석사학위 보유자 키워드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Data Scientist/Analyst 채용 시 통계학 학사와 석사가 경쟁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어떤 지원자가 더 매력적이겠습니까? 학위를 뛰어넘을만한 좋은 경력이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석사 학위 보유자를 선호할 것입니다. 단, 학위 자체가 어떤 특정한 어드벤티지를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석사 학위 보유자라는 책임감을 가져야하만하고 기업의 기대에 맞는 수준을 갖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죠. 말 그대로 학위는 우리를 둘러싼 껍질에 불과한 기본 아이템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요? 그러나, 당시 학사 학위와 빈약한 포트폴리오를 갖고있던 제게 석사 학위를 뛰어넘을만한 Data Scientist 직무로의 취업 준비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죠.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것이고요.

이렇게 졸업 예정자로서 취업 준비를 한 번 해봤던 경험은 제게 통계학 대학원 진학에 대한 필요성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동기부여 또한 마음 속 깊히 채워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정을 한 당시를 돌아보면 통계학 대학원 진학에 대한 후회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 인생에 정말 탁월한 결정이였죠. 오히려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통계학 대학원 준비에 올인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하는 무의미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당시의 저처럼 현재 통계학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는 학부생들의 선택은 당연히 본인의 몫입니다. 다만, 열심히 공부함과 동시에 자신을 부지런히 브랜딩한다는 가정 하에, 통계학 대학원 진학은 Data Scientist/Analyst로의 취업에 무조건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말에도 대학원 진학에 확신이 서질 않는다면, 자신의 수준을 한 번 냉정하게 바라보시고 실무에 나갈 준비가 되었는지 본인에게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질문의 답이 “Yes”라면 취업 준비를 해보시는 것 또한 정말 좋은 경험이 되실겁니다.

대학원에 들어가며 다짐했던 것

저는 당시 Data Scientist/Analyst 직무로의 취업을 꿈꿨지만, 어느 기업 또는 어느 업계로 가고 싶다는 구체화는 전혀 되어있지 않던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분야에서 의사결정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Data Science/Analytics의 특성상 어떤 식으로 커리어 방향을 잡아 나갈지,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참 막막했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다짐했던 것은 2가지 였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에는 누구에게나 자신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석 언어 1가지, 분석 분야 1가지를 만들겠다고 말이죠.4 대학원을 졸업하던 당시 가장 자신있었던 분석 언어와 분석 분야는 R과 시계열 자료분석 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무기로 첫 번째 직장에 취업을 하고 머릿 속에 그리던 직무를 수행할 수 있었죠. 2가지 다짐의 개인적 근거는 이쪽 업계는 이것저것 두루두루 잘하는 Generalist 보단 하나 혹은 두 가지를 특출나게 잘하는 Specialist를 선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Data Science/Analytics 업계인 만큼, 두리뭉술한 사람 보다는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사람이 채용시장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쪽 업계에 있을수록 Generalist가 되기란 참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Generalist가 되려다 이것저것 얕게 알고있는 특색없는 Generalist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반대로, Data Scientist/Analyst 직무로의 취업을 꿈꾸며 어느 기업 또는 어느 업계로 갈지에 대한 구체화가 끝나신 분들도 있을 수 있겠죠. 이 분들은 참 똑똑한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이러면 취업 준비가 꽤 편해지니까요. 가고 싶은 기업의 링크드인, 기술 블로그 등을 팔로우 하고 채용 공고를 미리미리 들여다보며, 자신이 해당 포지션으로 가기 위해 배워야할 것들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그럼, 자연스레 해당 기업에서 원하는 Specialist가 되는 길을 걷게 되겠죠. 공부 외에도 적극적인 액션을 취해보시기를 권합니다. Specialist가 되기 위해 공부해야하는 분야에 커뮤니티가 있다면 가입해서 활동도 해보고, 링크드인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업계 또는 기업에서 Data Science/Analytics를 수행하고 있는 분들이 보인다면 콜드메일(메시지)을 보내보기도 하면서요.😀

맺음말

2021년 2월에 통계학 석사학위를 마치고, Data Scientist 직무로 현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2018년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께 하고 싶은 몇 마디를 하고 글을 마치려고합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제가 성장한 부분 중 가장 뜻 깊게 생각되는 부분은 특정 알고리즘에 관한 이해가 아닌, 앞으로도 쏟아져 나올 분석 방법론, 그리고 소프트웨어 역량이라 할 수 있는 R의 수많은 패키지 등을 혼자 공부하고 정리할 튼튼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브랜딩하고 PR 할만한 장치들도(e.g. Github, 개인 블로그) 갖출 수 있었죠. 제가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해당 직무로 취업을 했다고 한들 이렇게 튼튼한 발판과 자신을 브랜딩하는 나만의 방법이 없이는 언젠가 성장의 한계에 마주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약 본인이 Data Scientist/Analyst 직무에 대해 열정과 호기심이 있는 통계학 전공자라면 주저하지 마시고 대학원에 진학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호기심이 이끄는대로 열심히 이것저것 찾아보며 공부하고, 자신을 가꿔나갈 각오가 되어있는 분들께 대학원은 이쪽 업계에서 무조건 플러스라고 생각하니까요. 물론, 꼭 통계학 대학원이 아니여도 상관없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직무와 좀 더 관련성있는 연구실을 운영 중인 다른 학과가 있다면 해당 학과로의 진학을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 만약 본인이 특히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쪽 연구를 통해 예측 모델링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통계학 대학원이 아닌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 또는 소프트웨어 학과라 일컫는) 쪽에서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시는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을 추천드리고싶습니다.5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보니 글이 꽤 길어졌습니다. 제가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쓴 글이니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취업, 그리고 진로에 대한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는 수많은 정답이 존재하니까요.

각주

  1. TOEIC, OPIC 등 채용 지원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

  2. 회귀분석, 통계적 가설검정, 실험설계, 시계열 자료분석 등↩︎

  3. 이건 이직을 준비하는 2022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2022년의 저는 석사학위를 보유하고 있었죠. 예를 들어, 신한은행의 경우 (정규직) 데이터분석 직군은 석박사채용으로만 하고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외 은행은 데이터분석 직군은 전문계약직 형태로 뽑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 여기서 “자신있다”의 의미는 해당 분석 언어와 분석 분야를 다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닌, 모르는 것을 마주치더라도 독학하여 다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5. 혹시, 통계학 대학원에서 머신러닝 또는 딥러닝에 기반한 예측 모델링 기법을 깊게 연구하는 연구실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라이센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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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방법
방태모. 2022. “슬기로운 통계생활: #1 통계학 전공자의 대학원 진로 고민.” September 13, 2022. https://taemobang.com/posts/2022-09-12-statistics-playboo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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